맛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11-10-15 23:09     조회 : 2610    

서울 종로에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한 중국음식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맛을 자랑하여 지금껏 돈을 내지 않고 간 손님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해진 오후 무렵, 꾀죄죄한 차림의 노인과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몹시 배가 고팠던지 앉자마자 자장면 두 개를 시킨 그들은 나오기 무섭게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너무나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에 노인은 자기 그릇에서 절반이 넘는 자장면을 듬뿍 더어 아이의 그릇에 옮겨 주었습니다.

알고보니 아이는 노인이 홀로 키우는 손자였고, 단 둘이 살면서 자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손자를 이끌고 모처럼 큰 용기를 내어 외식을 하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한쪽 구석에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음식점 주인이 갑자기 주방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주방장,

오늘은 내가 자장면 맛을 못봤네.

조금만 가지고 와봐. 맛좀보자.”

반그릇짜리 자장면을 맛보기로 먹어본 주인은 몇 젓가락 떠먹더니 말했습니다.

“오늘 자장면 맛이 왜 이렇지?

기름기가 너무 많잖아.

간도 잘 안맞고.

이렇게 맛이 없어서야 어디 손님에게 내어 놓을 수가 있겠나.”

식사를 마치고 맛있게 먹었다며 주머니속에서 꼬깃꼬깃 접힌 돈을 꺼내려는 노인의 손을 꼭 붙잡으며 주인이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오늘 자장면은 별로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음번에 오시면 꼭 맛있게 해서 올리겠습니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뒤로 한 채 가게를 나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을 음식점 주인은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가던 길에 뒤돌아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어르신께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장면이 정말 맛이 없어서 주인이 돈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공짜 자장면은 주인이 할아버지와 아이에게 베푼 작은 선물이었겠지요.

‘가난해 보여 불쌍하니 돈을 안받겠다’는 직접적인 말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쓸 줄 알았던 주인,

그가 베푼 관용은 고작 몇 천원에 불과할 두 그릇의 자장면값 그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중략)

2011. 10. 14(금) 00인의 생각하는 아침